수능을 앞두고 많은 수험생이 불안함과 초조함 속에서 "과연 다 외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런 물음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러나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암기에 대한 불안감을 넘어, 실제로 암기를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지에 관한 뇌과학적 원리다. 사람들은 종종 "나는 암기를 잘 못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공부의 벽에 부딪히곤 한다. 하지만 모든 기억력은 훈련으로 향상될 수 있다. 기억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억력은 타고나는가, 훈련되는가?
많은 사람들이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원래부터 암기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주변에서 "난 기억력이 나빠"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특정 관심 분야에 대해 탁월한 기억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면, 기억력은 그 자체로 고정된 능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은 선수들의 이적 경로나 경기 결과를 아주 잘 기억하지만, 그런 정보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관심 있는 분야에서는 누구나 훌륭한 기억력을 발휘할 수 있다.
기억의 뇌과학: 기억은 어떻게 저장되는가?
기억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뇌가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고 저장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기억은 단순히 정보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뇌가 정보를 부호화(Encoding)하고 저장(Storage)하며 필요할 때 꺼내는(Retrieval) 일련의 과정이다. 즉, 우리가 무언가를 잘 기억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단계가 모두 잘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 과정을 더 잘 수행할 수 있을까?
네모닉 테크닉: 빠르고 효과적으로 암기하는 기술
기억을 잘하는 사람들은 '네모닉 테크닉'이라는 암기 기법을 자주 활용한다. 이 기법은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이어져 온 방법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묶거나 변형시켜 기억을 돕는 기술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두문자어 암기법'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태정태세문단세" 같은 방식이다. 단순히 이름이나 단어를 외우기보다, 첫 글자를 따서 문구로 만들어 외우면 훨씬 기억이 쉽게 된다. 이 방법은 의대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의학 용어나 뇌의 부위를 외울 때 "Fat People Only Eat Steak"처럼 앞 글자를 따서 외우면 쉽게 기억에 남는다.
노래와 라임을 이용한 암기법
기억을 돕는 또 다른 강력한 방법은 노래나 라임을 활용하는 것이다. 알파벳 노래를 외운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알파벳 자체를 외우는 것보다 노래를 통해 외우는 것이 훨씬 쉽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노래는 청각적 자극과 리듬을 통해 뇌에 강하게 각인된다. 우리나라 역사 위인들을 외울 때도 마찬가지다. 노래로 외우면 단순히 단어를 나열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게 된다. 이것은 뇌가 정보를 처리할 때 리듬과 패턴을 선호하는 특성 덕분이다.
시각적 연상을 활용한 기억법
뇌는 시각적 자극을 매우 잘 처리한다. 우리가 단어를 외울 때 그 단어와 연결된 이미지를 떠올리면 기억이 더 오래 지속된다. 예를 들어, 와인 애호가들이 와인의 품종과 생산지를 기억할 때, 특정 와인 이름에 관련된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기억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단순히 단어를 외우기보다 시각적 장면을 함께 연상하는 것이 효과적인 이유는, 뇌가 시각 정보를 공간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청킹(Chunking): 정보를 덩어리로 묶어라
청킹은 여러 개의 정보를 한꺼번에 외울 때 유용한 기술이다. 예를 들어,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을 외울 때, 한 명씩 외우기보다는 시대별로 묶어서 외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고전파 작곡가로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을 묶으면 각자의 이름을 따로 외울 필요 없이 고전파라는 카테고리 내에서 이들을 기억할 수 있다. 이는 뇌가 정보를 분류하고 체계적으로 저장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기억의 구조를 잘 만들면, 필요한 정보를 더 쉽게 꺼내 쓸 수 있다.
장소법(Method of Loci): 공간에 정보를 담아라
마지막으로, 기억을 잘하는 사람들은 장소법이라는 고대의 기억법을 자주 사용한다. 이 방법은 기억해야 할 정보를 특정 공간이나 장소에 연결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집에 들어오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신발장에 사과를 놓고, 방에 기타를 두는 식으로 정보와 장소를 연결하면, 그 장면을 떠올리면서 기억을 쉽게 꺼낼 수 있다. 장소법은 해마라는 뇌의 기억과 공간을 담당하는 부위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특히 효과적이다.
기억력 향상을 위한 뇌의 기본 메커니즘
우리가 기억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감각을 동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눈으로 글을 읽고 외우기보다, 그 단어를 소리로 듣고, 시각적 장면을 연상하며, 감정을 동반한 경험을 함께 기억하면 훨씬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는 뇌가 다양한 감각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암기력과 경험의 관계: 공부와 기억은 결국 관심의 문제
암기력은 결국 경험과 관심의 문제로 귀결된다. 백종원처럼 다양한 요리를 맛본 사람이 특정 재료의 맛을 정확히 기억하는 이유는 그만큼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특정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고 경험이 풍부할수록 그 분야의 정보를 더 쉽게 기억하게 된다. 그러므로 기억력을 높이고 싶다면, 단순히 암기 기술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깊은 경험과 지식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어쨌거나
기억력을 훈련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리고 모든 기억력 향상법의 기저에는 뇌의 기본 메커니즘과 감각적, 경험적 연계가 존재한다. 기억은 결코 고정된 능력이 아니다. 관심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훈련이 결국 더 나은 기억력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수험생들 역시 암기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이들 다양한 기억법을 활용해 자신만의 기억 전략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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