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닌, 현재 우리의 일상과 산업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AI 산업의 성장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고,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술 경쟁은 치열하다. 이 글에서는 AI 엔지니어들과 전문가들이 말하는 AI 기술의 흐름, 산업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 그리고 AI가 가져올 미래에 대해 알아본다.
AI 산업을 움직이는 플라이휠
AI 산업을 이해하려면, 먼저 플라이휠(flywheel)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플라이휠은 원래 기계공학에서 기계의 운동을 안정화시키는 장치로 사용된다. AI 산업에서의 플라이휠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기술과 생태계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쓰인다. AI 모델, 반도체 설계, 반도체 제조, 인프라, 그리고 디바이스들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이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산업은 점차 더 빠르고 강력하게 성장한다.
이를테면, AI 모델의 발전은 더 강력한 반도체 설계를 필요로 하고, 그에 따라 제조 공정이 정교해지며, 그 결과 더 강력한 AI 인프라가 구축된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플라이휠처럼 계속 돌아가면서 AI 산업 전체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AI 기술, 그 핵심은 반도체
AI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반도체다. 특히 엔비디아(Nvidia)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오랜 기간 동안 AI 관련 기술에 집중해왔으며, 특히 딥러닝 기술의 발전과 함께 AI 모델을 더 강력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반도체를 개발해 왔다. 최근 들어 엔비디아의 주가는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AI 기술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과도 맞물려 있다.
반면에, 인텔(Intel)은 그다지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텔은 한때 반도체 시장의 강자로 군림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AI 관련 반도체 시장에서 뒤처지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인텔의 x86 아키텍처가 모바일 및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성공을 가로막았고, 이는 결국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AI 초지능 시대의 도래
AI 산업의 발전 속도는 가히 놀랍다. 샘 알트만(Sam Altman)이 주장한 바에 따르면, 우리는 앞으로 3년에서 30년 안에 초지능(artificial superintelligence)의 시대를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초지능은 기존의 인공지능보다 훨씬 더 발전된 형태의 지능으로, 인간의 모든 인지 능력을 뛰어넘는 것이 목표다. 이 기술이 현실화되면, AI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분야에서 인간을 대신하거나 보조할 수 있을 것이다.
딥러닝(deep learning)은 이 같은 기술 발전의 중심에 있다. 초기 AI 모델들은 물리학의 에너지 개념을 차용해 학습 구조를 제안했으며, 이러한 방식이 AI의 발전을 가능하게 했다. AI 기술의 발전은 단순히 소프트웨어에 국한되지 않는다. AI 모델의 발전은 곧바로 반도체 설계와 제조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다시 AI 인프라와 서비스로 이어진다.
AI가 주도하는 산업의 변화
AI 기술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전 세계 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성과 차이는 극명하다. 엔비디아의 성공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반도체 수요를 예측하고 준비한 덕분이며, 이러한 준비가 지금의 결과로 이어졌다. 반면에, 인텔은 AI 시장에서의 대응이 늦어졌고, 그 결과 시장에서 뒤처지게 된 것이다.
AI 기술은 앞으로도 다양한 산업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알파폴드(AlphaFold)는 AI를 통해 수백 년간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단기간에 풀어냈으며, AI가 산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AI 산업의 미래: 법용화의 길로?
현재 AI 산업은 서로 긴밀히 연결된 상태로 발전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전통적인 IT 산업처럼 점점 법용화(commoditization) 될 가능성이 크다. CPU, 메모리, 스토리지 같은 전통적인 IT 제품들이 일정한 표준에 따라 규격화된 것처럼, AI 산업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표준화되고 법용화될 수 있다. 특정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그들이 만든 표준에 따라 시장이 재편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AI 기술의 핵심을 잘 파악하고,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다. AI 산업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 변화를 빠르게 따라잡는 기업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AI 반도체 설계에서 엔비디아가 거의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다른 분야에서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다.
AI 모델의 발전: 알고리즘에서 모델로
AI 모델은 본질적으로 두 가지 중요한 요소로 나눌 수 있다: 알고리즘과 모델. 알고리즘은 모델의 뼈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즉, AI가 어떤 방식으로 학습하고 작동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알고리즘이라면, 그 위에 데이터를 학습시켜 결과물을 얻는 것이 모델이다. 모델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된 결과물이자, 우리가 실질적으로 AI가 수행하는 일의 실체다. 이 모델은 마치 집의 구조물처럼, 알고리즘이라는 뼈대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데이터를 통해 그 형태를 완성해 나간다.
AI 모델의 역사는 1950년대 앨런 튜링이 제시한 '생각하는 기계'에서부터 시작된다. 튜링 테스트는 AI가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일종의 실험이었으며, 그 이후 AI는 퍼셉트론이라는 신경망 모델로 발전했다. 퍼셉트론은 인간의 뉴런과 유사한 구조로,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이 개념은 현재까지도 인공신경망에서 사용되며, 딥러닝의 기초가 된다.
전문가 시스템과 신경망의 대립
AI의 발전사에서 퍼셉트론과 경쟁했던 또 다른 개념은 '전문가 시스템'이다. 전문가 시스템은 주어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규칙으로 정의한 시스템으로, 룰셋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매뉴얼 같은 구조로, 특정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당 규칙을 적용하여 답을 찾는 방식이다. 이는 초기 AI에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었으나, 문제는 너무 복잡한 문제들에 이르러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결국 신경망 방식, 즉 퍼셉트론이 더 나은 학습 능력을 제공하며 AI의 주류가 되기 시작했다.
역전파 알고리즘과 딥러닝의 탄생
1986년에 제프리 힌튼 교수가 제시한 '역전파 알고리즘'은 다층 퍼셉트론을 학습할 수 있게 만든 중요한 발전이었다. 이 알고리즘은 학습해야 할 파라미터들의 기울기를 계산해 학습하는 방식으로, 복잡한 신경망도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로 인해 딥러닝의 시대가 열리며, AI는 점점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로 자리잡았다.
당시까지 주류였던 전문가 시스템은 너무 복잡해지며 실효성을 잃어갔고, 딥러닝은 그 대안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딥러닝은 퍼셉트론의 다층 구조를 활용해 학습 능력을 극대화했으며, 이를 통해 AI는 한 단계 더 진화할 수 있었다.
엔비디아의 전략: GPGPU와 AI 연구
AI의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바로 반도체, 특히 GPU의 발전이다. 엔비디아는 2000년대 중반부터 GPGPU(General-Purpose GPU)라는 개념을 도입해 GPU를 단순한 그래픽 처리 장치가 아닌, 더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GPGPU는 AI 학습을 위한 대규모 연산에 최적화된 기술로, 엔비디아는 이를 통해 AI 연구자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엔비디아가 단순히 운 좋게 AI 시장에서 성공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엔비디아는 20년 전부터 AI 연구자들과 협력하며 쿠다(CUDA)라는 프로그래밍 플랫폼을 개발해왔다. 이 플랫폼은 AI 연구자들이 GPU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로, 엔비디아는 이를 통해 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딥러닝과 GPU의 만남
딥러닝이 발전하면서 GPU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2012년, 알렉스넷(AlexNet)이 등장하면서 GPU를 활용한 딥러닝 연구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알렉스넷은 이미지 분류 문제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주었으며, 이를 통해 GPU가 AI 연구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입증했다.
알렉스넷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GPU를 통해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CPU만으로는 처리할 수 없는 대량의 데이터를 GPU가 효과적으로 처리하면서, AI 모델의 학습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이는 AI 연구자들이 GPU의 잠재력을 깨닫게 만든 계기가 되었고, 엔비디아는 그 중심에 있었다.
트랜스포머와 AI의 새로운 패러다임
2017년, 구글이 발표한 '트랜스포머'는 AI 모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트랜스포머는 이전의 LSTM이나 RNN 같은 모델들과 달리, 시간 순서에 의존하지 않고 병렬 처리를 통해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는 구조를 채택했다. 이로 인해 AI 모델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되었으며, 특히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 큰 혁신을 가져왔다.
트랜스포머 모델은 곧 구글 번역기에 적용되었고, 그 이후로 이미지, 음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성공적으로 활용되었다. 이 기술은 AI 모델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GPT-3와 같은 초대형 AI 모델이 등장하게 되었다.
엔비디아의 미래: AI 반도체 시장의 선두
엔비디아는 GPGPU와 쿠다를 통해 AI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GPU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AI 연구자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AI에 최적화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며, 시장을 선도해왔다. AI 연구자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미리 예측하고, 이를 반영한 제품을 만들어낸 것이 엔비디아의 성공 비결이었다.
다른 경쟁사들, 예를 들어 AMD는 AI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이미 엔비디아는 학계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막대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였다. 엔비디아의 이러한 치밀한 전략은 AI 산업에서 그들의 독점적 위치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엔비디아의 장기적 전략: 단순 연산에 집중
엔비디아는 20년 전부터 AI 연구자들과의 협력 관계를 통해 업계의 니즈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점은 2010년대 중반부터 복잡한 연산보다는 단순하고 대규모 연산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취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CNN 같은 복잡한 연산을 잘 수행하던 쿠다(CUDA) 코어의 비중을 줄이고, 트랜스포머 모델처럼 대규모 데이터 처리에 최적화된 텐서 코어에 더 많은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엔비디아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2016년에 출시한 테슬라 P100에 처음 도입했고, 이는 대규모 모델의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더 나아가 GPU 간의 고속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NVLink와 서버 간의 인피니밴드 같은 기술에 투자하면서, 대형 모델의 효율적인 구동을 염두에 둔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 모든 것이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전략의 일부로, 대규모 데이터와 단순 연산 중심의 AI 모델이 점차 주류가 될 것임을 예상한 선제적 대응이었다.
AI 스타트업들의 도전: 복잡한 연산에서 우위를 노리다
엔비디아가 단순 연산에 집중하는 동안,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은 그 반대의 전략을 취했다. 대표적으로 삼바노바(SambaNova)와 셀레브라스(Cerebras) 같은 기업들이 있다. 이들 스타트업은 복잡한 연산에서 엔비디아보다 더 나은 성능을 자랑하며, CNN과 LSTM 같은 복잡한 연산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삼바노바는 CNN 연산을 최적화해 더 빠르고 전력 효율적인 성능을 제공했으며, 셀레브라스는 웨이퍼 스케일 엔진을 통해 거대한 칩 하나에 복잡한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특히 셀레브라스의 웨이퍼 스케일 엔진은 한 장의 웨이퍼를 통째로 GPU로 사용하며, 엄청난 크기와 성능을 자랑했다. 하지만 복잡한 연산에 특화된 이 칩은 대형 AI 모델을 구동하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HBM과 NVLink 같은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한, 웨이퍼 스케일 엔진은 제조 비용이 매우 높고 불량률이 증가할 위험이 컸다. 결국 복잡한 연산에만 집중했던 이들 스타트업은 AI 시장에서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트랜스포머와 AI 반도체의 미래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트랜스포머 모델에 맞춰 발전하고 있다. 트랜스포머는 병렬 처리와 대규모 데이터 처리에 최적화된 구조로, 자연어 처리부터 이미지 생성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트랜스포머의 성공은 AI 반도체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많은 AI 반도체가 트랜스포머 모델에 맞춰 최적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트랜스포머 이후의 AI 모델은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트랜스포머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AI 모델의 중심을 차지할 것이라고 본다. 트랜스포머는 복잡한 연산보다는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모델이 더 간단해지고 효율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엔비디아가 2010년대 중반부터 예측한 방향과 일치하며, 엔비디아의 텐서 코어와 HBM 같은 기술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AI의 부상: AI의 새로운 패러다임
최근 AI 분야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생성형 AI다. 특히 2022년에 등장한 ChatGPT는 AI 기술의 패러다임을 크게 바꿔놓았다. 생성형 AI는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검색 엔진이나 정보 제공 방식에 혁신을 가져왔다. 과거에는 단순히 정보를 검색하고 찾아내는 것이 주였지만, 이제는 AI가 직접 정보를 생성하고 가공하는 시대가 열렸다.
퍼플렉시티(Perplexity)와 같은 기업은 오토 브라우징(Auto Browsing) 기술을 도입해, AI가 웹을 스스로 탐색하고 필요한 정보를 요약해 제공하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인간이 직접 웹을 탐색하는 과정을 AI가 대신하는 것으로, 더욱 효율적이고 정확한 정보 탐색을 가능하게 한다. 생성형 AI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서서, 창의적인 작업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의 AI 기술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AI 반도체의 진화: 트랜스포머와 그 이후
AI 반도체의 발전은 결국 AI 모델의 요구사항에 따라 변화해왔다. 트랜스포머 모델은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으며, 앞으로도 이 모델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랜스포머 이후에도 유사한 구조의 모델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며,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 계속 진화할 것이다.
트랜스포머는 마치 반도체에서의 트랜지스터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트랜지스터가 반도체의 기본 요소로서 다양한 목적에 맞게 변형되듯, 트랜스포머 역시 AI 모델의 기본 구조로서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AI 모델이 더 간단해지고 효율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트랜스포머 기반의 반도체는 계속해서 그 중요성을 유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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