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0세기 초, 르네상스부터 인상주의까지의 유럽 회화의 흐름을 이해하려면 두 가지 주요 관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첫째, 작품의 배경이 되는 사회적, 문화적 맥락인 '르네상스’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기술의 발전에 따른 회화 재료의 변화가 미술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르네상스란 '재생’이라는 뜻의 단어로, 14~16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하여 서유럽 전역으로 확산된 철학, 문학, 음악, 과학, 기술, 그리고 미술 등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어난 큰 변혁을 의미합니다. 이 시대의 대부분의 문화는 신앙 그 자체였기 때문에 예술의 주제는 대부분 종교적인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이 모든 것을 변화시켰습니다.
교통의 발달로 인해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는 거리가 점점 늘어나면서 지리적 세계관이 확대되었고, 금속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면서 활판 인쇄법이 발전하고 책이 대량으로 만들어지면서 지식의 확산이 일어났습니다. 이는 현대의 스마트폰의 확산이 문화에 미치는 영향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공업의 발달로 인해 상인들과 일반 시민들이 성주로부터 금전적으로 독립하게 되면서, 그들의 삶과 사회에 대한 관심은 삶을 옭아매던 절대적이었던 모든 존재들로부터 자유롭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을 주체적으로 돌아보는 삶의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고, 종교로부터 삶의 분리는 고정된 세계관을 탈피해 다른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심, 글로벌한 세계관으로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회 전반의 변화는 예술에도 반영되었는데,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과 자연주의적인 경향이 강조되었습니다. 그림 속의 신과 성인들은 장식적이고 평면적인 공간에서 벗어나 사실적이고 입체적인 현실 세계에서 표현되었습니다. 수학을 기반으로 한 원근법으로 공간감을 표현하고, 해부학을 기반으로 인체는 이상적인 비례를 반영해 표현하였습니다. 또한 명암법을 적용해 입체적인 대상을 재현하였습니다.
예수와 성모의 모습에는 인간의 감정인 모성애가 담겨있었고, 배경에는 자연과 건물을 그려 신성한 존재들이 현실 세계와 함께 함을 표현하였습니다.
그림으로 예를 들면, 르네상스 이전의 작품인 마에스트로 디 트레사의 '눈이 큰 성모’에서는 앞을 똑바로 바라보는 엄격한 구도와 영원한 진리를 상징하는 황금빛 배경, 그리고 마치 작은 어른처럼 보이는 아기 예수를 성인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반면 르네상스 작품인 라파엘로의 '성모자와 세례요한’에서는 몸을 옆으로 돌려 자연스러운 자세의 다정한 엄마와 아기의 모습으로 표현하였고, 해부학을 통해 얻은 지식으로 이상적인 비례를 가진 사람의 몸을 그렸습니다. 또한 빛과 그림자를 표현한 명암법을 통해 사람의 눈에 보이는 대상을 충분히 재현하였습니다.
또한 황금빛의 배경 대신 먼 곳의 경치를 흐리게 그려 거리감과 원근법을 활용하였고,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자연과 건물을 배경으로 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제 르네상스에 대해 이해하였으니, 두 번째로 기술 발전에 따른 미술 재료의 변화에 따른 작품의 경향성 변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그림을 그리는 재료는 15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작품들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템페라라는 재료에서 유화 물감으로, 그리고 튜브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재료가 변화하면서 그림도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템페라는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많이 사용되었던 재료로, 안료로 그림을 그리려면 그 안료가 그림을 그리는 바탕면에 붙어 있어야 했습니다. 당시에는 단백질의 특성인 끈끈함을 이용했는데, 그것이 바로 달걀 노른자였습니다. 가루로 빻은 안료와 달걀 노른자를 섞어 쓰는 것이 당시 기술력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재료는 너무 빨리 마르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화면에서 색을 섞을 수 없었고, 한 번 그리면 고치기도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화가들은 그림을 그리기 전부터 정확한 계획을 가지고 그림을 그려야 했고, 그림에서는 현실적인 색상의 반영보다는 선과 구성이 강조되었습니다.
(좌) 피에로 델 폴라이우올로 〈아폴로와 다프네〉 (우) 도메니코 기를란다요 공방 〈소녀〉
작품으로 예를 들면, 1490년경 도메니코 기틀란다요 공방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소녀’나, 1500년경 산드로 보티첼리의 작품인 ‘성 제노비오의 세 가지 기적’ 같은 작품에서는 구성에 있어서 현실적인 색상을 반영했다기 보다는 개념적인 색상의 선과 사용되었고 인위적인 인물들의 배치 등 철저히 계획된 특징을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15세기에 접어들면서 안료를 기름에 개어쓰는 방식의 유화 물감이 개발되었습니다. 이 유화 물감은 북유럽 플랑드르 지역에서 개발된 기술로, 15세기 후반에는 이탈리아, 특히 베네치아에서 유행하게 되었습니다.
유화 물감은 섞어쓰는 기름이 천천히 마르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화면 위에서 쉽게 색을 섞거나 덧바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템페라처럼 빨리 그려야 하고 단순화된 색상이나 구성을 벗어나게 해, 미술계에 있어 혁명적인 변화를 이끄는 엄청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특징은 작품 중 1575~80년경 야코포 틴토레토의 작품 ‘빈센초 모로시니’ 초상화를 보면 이런 특징을 살펴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템페라 작품들과는 달리 얼굴은 물감을 여려겹으로 꼼꼼하게 덧칠했고 옷은 빠른 붓질로 마무리 지었는데 진홍색 물감이 마르기 전에 흰 물감을 칠해서, 색이 섞여 분홍색을 띄 모습이 군데군데 보이는 걸 알수 있습니다.
또 1556~60년경의 조반니 바티스타 모로니의 작품 '여인’이라는 작품을 보면요. 색을 섞어 쓸 수 있는 점을 이용해 광택이 나는 강렬한 색채를 표현할 수 있었고 작품의 크기도 좀 더 커질 수 있게 되었고 반짝이는 질감 등 현실적인 묘사, 그리고 섬세한 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 후 400년이 흐른 19세기에 접어들면서 튜브를 발명하게 되었습니다. 이 기술은 유화 물감을 튜브에 담아 이동할 수 있게 만들어 줬습니다. 이로 인해 그림을 그리는 장소의 제약이 사라지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소재도 무한으로 다양해지게 되었습니다.
화가들은 대량 생산 된 튜브물감과 이젤, 캔버스를 들고 집에서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되었고 빛과 자연, 그리고 초상화에 많은 돈을 지불할 수 있는 부유한 특정인이 아닌 수많은 일반인들을 화폭에 담아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빛과 시간에 대한 탐구는 화풍에 있어서도 또 다른 경지로 넘어가는 본격적인 계기가 됩니다. 1890년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풀이 우거진 들판의 나비’나 1875년 존 싱어 사전트의 '와인잔’이란 작품을 보면 이런 특징을 살펴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재질 위에 떨어지는 빛의 효과, 그리고 아침 점심 저녁으로 이어지는 시간이 변화함에 따른 색의 변화를 담아내기 위해 많은 탐구가 이뤄지게 되고 인상파 같은 그림의 사조가 나타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이로써 르네상스시대 회화부터 시작해서 인상주의 회화까지, 15~20세기 초 유럽 회화 작품을 보실 때 두 가지 관람 포인트를 말씀드렸습니다. 예술작품을 감상하는데 도움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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