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이리언’ 시리즈의 최신작,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외계 생명체와의 대결이라는 단순한 서사를 담고 있지만, 실제로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작품이다. 영화는 현대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인간성의 위기를 SF 형식을 통해 조명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새로운 각도에서 세계를 바라보게 한다.
2.
먼저, 인조인간 '엔디’와 탈출을 시도하는 히스패닉 노동자의 이야기를 통해 감독은 무엇을 전달하려고 했을까?
영화는 퇴역 인조인간 '엔디’를 통해 미국 사회의 인종 문제를 예리하게 비꼰다. '엔디’는 200여 년 전 노예였지만 현재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무위도식한다고 여겨지는 흑인에 대한 백인들의 고정관념을 상징하고 있다. 이 설정은 노예제 폐지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구조적 인종차별과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데 영화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최하위 노동은 백인이 아닌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도맡고 있는 모순을 통해 현대 미국 사회의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이러한 서사는 단순히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를 반영하고 있는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노동 착취, 이민자들의 열악한 처우, 인종과 국적에 따른 차별 등 글로벌 사회의 어두운 면을 '식민지 행성의 개발'이라는 SF적 방식으로 효과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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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주목할 만한 요소는 영화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웨이랜드 유타니’ 기업이다. 이 기업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극단적인 측면을 상징하며, 정부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인간의 존엄성보다 효율성과 합리성을 우선시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는 대기업들이 국가의 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과 이윤 추구를 위해 윤리와 도덕을 쉽게 저버리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인조인간 엔디와 애쉬 간의 대화는 효율성과 합리성이 인간의 존엄성을 압도하는 현대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AI와 자동화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효율성의 극대화가 오히려 인간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기술 발전의 방향성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고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감독은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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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영화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노동자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계급 상승이 불가능한 사회 구조를 그려낸다. 이는 현대 사회의 고착화된 계급 구조와 줄어드는 사회 이동성을 반영하며, 많은 국가에서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중산층이 붕괴되는 현상을 연상시킨다.
이 영화의 감독인 페데 알바레즈는 이민자 출신으로, 영화 속 설정들에서 이민자로서의 자신의 경험을 반영하고 있다. 그는 이런 사회적 현상들이 단순히 개인의 노력 부족이 아니라 시스템적인 문제임을 지적하고 있으며 교육 기회의 불평등, 세대 간 부의 이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사회 이동성을 저해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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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영화의 결말에서 주인공은 중력장, 에이리언의 피, 우주선의 마지막 층을 이용해 위기에서 탈출한다. 이 결말은 인간의 창조성이 그 어떤 합리성보다 앞선다는 것을 보여주며, 기계와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시대에도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가치가 중요하다는 희망을 담아내고 있다. 감독은 효율성과 생산성보다 인간의 창의성과 감성을 중시하는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기술 발전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고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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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이다.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SF 영화의 틀을 쓰고 있지만, 그 본질은 우리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인종차별, 불평등, 자본의 횡포, 인간성의 상실 등 현대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전면에 내세워 관객들에게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게 하며 기술과 효율성이 발전하는 시대에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균형 잡힌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방인 감독으로서의 확고한 의지가 표현된 영화다.